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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내과 김순호] 당뇨병을 고칠 수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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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1-08-24 11:27 조회8,576회 댓글0건

본문

당뇨병을 고칠 수 있다구요?

 

김순호 (내분비내과)

 

“예? 당뇨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당뇨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감 속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질문을 한다.  어둡던 얼굴에 희망의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예! 나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일부러 말 끝에 힘을 주어 단정적으로 환자에게 이야기를 한다.

 

“이상하다 당뇨병은 불치병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하면 제 병을 고칠 수 있습니까?”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만 하시면 당뇨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당뇨병을 고친다는데 무엇인들 하지 못하겠습니까? 말씀해 보세요. 뭐든지 할께요.”

 

이렇게 신참 당뇨병환자와 나의 대화는 시작된다. 

 

생각해보면 17년 전 내가 내분비내과 과장으로 진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대화를 가질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뇨병환자가 그 때만해도 지금처럼 흔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한분이 나에게 전공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무심결에 당뇨병이 전공이라고 대답을 했는데 그분은 좀 안됐다는 듯이 당뇨병 하나로 어떻게 먹고 살겠느냐고 한마디 했었다. 나는 당시 당뇨병환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생계에 대한 걱정까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이렇게 당뇨병환자가 많아지게 될 것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당뇨병환자가 왜 이렇게 많아지게 되었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 먹고 싶은 만큼은 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먹고 싶은 만큼’ 이 ‘몸에서 필요로 하는 만큼’과 동의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필요이상의 영양분이 섭취되면 우리 몸에서는 다음 기근에 대비하여 쓰고 남은 영양분은 지방으로 바꾸어 저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 기근이 오지 않게 되었고 동시에 직업이 다양해지면서 힘든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비상시 사용하려고 저장해둔 지방이 사용되지 않고 계속 축적되면서 오히려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전락하게 되고 나는 그 비극의 현장을 지금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흘깃 눈길을 돌려 환자의 풍성한 허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리고 환자에게 몸에 축적되어 있는 지방덩어리들을 한 덩어리라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전략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만보기를 사십시오. 그리고 하루에 만보이상 걸으십시오.”

 

“식사하실 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 수저를 놓으십시오.”

 

“꼭 세끼를 드십시오.  대신 당분간 간식은 하지 마십시오.”

 

“고기를 드실 때는 기름은 다 제거하고 드십시오.”

 

“튀긴 음식보다는 굽거나 삶은 음식을 드십시오.”

 

“술을 끊으십시오.”

 

나의 이야기가 멈추면 환자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구나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해서 체중을 줄여오겠다고 다짐을 하고 씩씩하게 진료실을 나간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미처 환자에게 못해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잠시 긴장되어서 생활태도를 바꿀 수는 있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이런 저런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게 되고 점점 용감해지면서 배부르게 먹기 시작하며 이어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의 ‘평생 환자’로 등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잠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자.

그리고 자신의 허리가 왠지 풍성해 보이면 위의 원칙들을 한 번 적용해보자. 이 풍요의 시대에도 음지가 있다는 것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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